기업의 부채를 볼 때 부채비율만 보면 안 되는 이유
기업의 재무상태표를 살펴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부채에 관심을 갖게 된다. 특히 기업 분석 자료에서 자주 등장하는 숫자가 ‘부채비율’이다.
부채비율이 낮으면 안정적인 기업이고 높으면 위험한 기업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그렇게 간단하게 구분하기 어렵다.
같은 1,000억 원의 부채를 가지고 있더라도 은행에서 빌린 차입금이 대부분인 기업과 정상적인 영업 과정에서 발생한 매입채무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기업은 부채의 성격이 다르다. 언제 갚아야 하는지에 따라서도 기업이 부담하는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기본적 분석에서는 부채비율을 확인하는 데서 끝내기보다 부채가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고 왜 발생했는지 한 단계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부채비율은 무엇을 비교하는 숫자일까?
부채비율은 기업의 부채와 자본의 관계를 살펴볼 때 사용하는 대표적인 재무지표다.
일반적인 계산식은 다음과 같다.
부채비율 = 부채총계 ÷ 자본총계 × 100
예를 들어 A기업의 부채총계가 500억 원이고 자본총계가 1,000억 원이라면 부채비율은 50%다.
B기업의 부채총계가 1,000억 원이고 자본총계 역시 1,000억 원이라면 부채비율은 100%가 된다.
계산만 놓고 보면 B기업의 부채비율이 더 높다.
하지만 여기서 바로 A기업은 안전하고 B기업은 위험하다는 결론을 내리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부채비율은 기업의 재무구조를 살펴보는 하나의 출발점이지 기업의 상황 전체를 설명해 주는 점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선 부채 안에 어떤 항목이 포함되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모든 부채가 빌린 돈은 아니다
부채라는 말을 들으면 은행 대출이나 회사채처럼 외부에서 빌린 돈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재무상태표에서 말하는 부채에는 다양한 항목이 포함된다.
기업에 따라 다음과 같은 항목을 확인할 수 있다.
- 매입채무
- 단기차입금
- 장기차입금
- 사채
- 미지급금
- 충당부채
- 기타 여러 부채 항목
이 가운데 차입금이나 사채는 기업이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했다는 점에서 비교적 이해하기 쉽다.
반면 매입채무는 사업의 영업 과정에서도 자연스럽게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제조기업이 공급업체에서 원재료를 먼저 받고 대금은 한 달 뒤 지급하기로 했다면 지급 전까지 해당 금액이 매입채무로 나타날 수 있다.
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원재료 구매량이 증가하면 매입채무도 함께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부채가 증가했다는 사실만 확인하는 것보다 어떤 부채가 증가했는지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차입금은 규모와 함께 사용 목적을 살펴본다
기업의 부채를 분석할 때 특히 관심 있게 살펴볼 수 있는 항목이 차입금이다.
기업이 사업을 운영하면서 외부 자금을 사용하는 것 자체는 드문 일이 아니다.
공장을 새로 건설하거나 생산설비를 확충하기 위해 큰 자금이 필요할 수도 있고, 기업 운영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운전자금이 필요할 수도 있다.
따라서 차입금이 증가했다고 해서 그 사실 하나만으로 좋고 나쁨을 판단할 수는 없다.
대신 몇 가지 질문을 만들어 볼 수 있다.
“차입금이 왜 증가했을까?”
“단기차입금과 장기차입금 중 어느 쪽이 증가했을까?”
“조달한 자금은 어디에 사용됐을까?”
“차입금 증가와 함께 이자비용은 어떻게 변하고 있을까?”
예를 들어 기업이 새로운 공장을 건설하면서 장기차입금이 증가했고 동시에 유형자산도 크게 늘었다면 두 숫자가 서로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후 사업보고서와 현금흐름표, 재무제표 주석을 확인하면 실제 자금의 조달과 사용에 관한 추가적인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이렇게 재무상태표의 숫자를 다른 자료와 연결해 보는 것이 기본적 분석에서 중요한 과정이다.
단기부채와 장기부채를 구분해야 하는 이유
부채의 규모뿐 아니라 언제 지급해야 하는지도 중요하다.
재무상태표에서는 일반적으로 부채를 유동부채와 비유동부채로 구분해서 확인할 수 있다.
유동부채에는 정상적인 영업주기 내에 결제될 것으로 예상되거나 보고기간 후 12개월 이내에 결제하기로 되어 있는 부채 등 일정한 기준에 해당하는 항목이 포함된다.
비유동부채에는 상대적으로 장기간에 걸친 의무 등이 포함될 수 있다.
가상의 두 기업을 생각해 보자.
A기업과 B기업의 총부채가 모두 1,000억 원이라고 가정한다.
A기업은 가까운 기간에 지급해야 할 유동부채가 300억 원이고 나머지가 비유동부채인 반면, B기업은 유동부채가 800억 원이라고 해보자.
총부채만 보면 두 기업이 동일하지만 부채의 만기 구조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물론 이것만으로 어느 기업이 더 안전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유동자산의 규모와 현금흐름, 영업 특성 등도 함께 봐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총부채라는 하나의 숫자만 확인해서는 이런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부채비율이 갑자기 높아졌다면 두 방향을 확인하자
부채비율의 계산식을 다시 살펴보자.
부채비율 = 부채총계 ÷ 자본총계 × 100
이 공식에서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다.
부채비율이 상승하는 이유는 부채가 증가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자본이 감소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기업의 부채가 전년과 동일하게 500억 원이라고 가정해 보자.
전년 자본이 1,000억 원이었다면 부채비율은 50%다.
그런데 손실 등의 영향으로 자본이 500억 원으로 감소한다면 부채가 그대로여도 부채비율은 100%가 된다.
즉, 부채비율이 50%에서 100%로 상승했지만 부채총계 자체는 증가하지 않은 것이다.
반대로 자본은 그대로인데 대규모 자금 조달로 부채가 증가하면서 부채비율이 높아질 수도 있다.
따라서 부채비율이 크게 변했다면 가장 먼저 분자인 부채가 변했는지, 분모인 자본이 변했는지 구분해서 확인하는 것이 좋다.
비율을 분석할 때 계산식의 분자와 분모를 다시 확인하는 습관은 다른 재무지표를 공부할 때도 유용하다.
부채와 이자 부담을 함께 살펴보자
차입금이나 사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면 일반적으로 이자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의 차입금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면 손익계산서에서 금융비용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도 함께 살펴볼 만하다.
가령 두 기업 모두 1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생각해 보자.
A기업은 이자 부담이 크지 않은 반면 B기업은 상당한 이자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면 영업이익 이후의 최종적인 이익에는 차이가 생길 수 있다.
이 부분은 앞서 살펴본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의 차이와도 연결된다.
기업이 본업에서 이익을 내더라도 금융비용의 부담이 커지면 최종 손익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도 이자비용이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된다.
외부 자금을 활용해 생산능력을 확대했고 그 결과 향후 사업 규모가 달라질 수도 있다. 반대로 사업 성과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차입 부담만 지속적으로 커지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결국 차입금 → 자금 사용처 → 영업 성과 → 이자 부담을 서로 연결해서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부채를 볼 때 현금흐름도 확인해야 한다
재무상태표는 특정 시점의 부채 규모를 보여주지만 기업의 현금이 실제로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모두 설명해 주지는 않는다.
그래서 부채를 조금 더 깊게 살펴보려면 현금흐름표를 함께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기업이 차입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면 재무활동현금흐름에서 관련 움직임을 발견할 수 있다.
그 자금으로 공장이나 설비를 구입했다면 투자활동현금흐름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그리고 실제 사업을 통해 현금을 얼마나 만들어내고 있는지는 영업활동현금흐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차입금이 크게 증가한 기업을 발견했다면 다음과 같은 흐름으로 살펴볼 수 있다.
차입금 증가 확인 → 재무활동현금흐름 확인 → 투자활동 확인 → 유형자산 변화 확인 → 영업활동현금흐름 확인
이런 방식으로 여러 재무제표를 연결하면 단순히 “부채가 증가했다”는 정보보다 기업에서 실제로 어떤 자금 이동이 있었는지를 이해하기 쉬워진다.
기업의 부채를 확인할 때 정리해 볼 항목
실제 기업의 부채를 분석한다면 처음부터 모든 부채 항목을 이해하려고 할 필요는 없다.
우선 최근 몇 년간 다음 항목을 나란히 정리해 볼 수 있다.
- 부채총계
- 자본총계
- 부채비율
- 유동부채와 비유동부채
- 단기차입금과 장기차입금
- 사채 등 주요 자금조달 항목
- 현금및현금성자산
- 금융비용 또는 이자 관련 비용
- 영업활동현금흐름
- 전년과 비교해 크게 달라진 부채 항목
그다음 숫자가 크게 달라진 시점을 찾아 사업보고서와 재무제표 주석을 확인한다.
예를 들어 장기차입금과 유형자산이 동시에 크게 증가했다면 설비투자와 관련이 있는지 찾아볼 수 있다.
단기차입금이 갑자기 증가했다면 기업이 어떤 목적으로 자금을 조달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접근하면 부채비율 하나만 보고 기업을 판단하는 것보다 재무구조를 훨씬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부채비율은 결론이 아니라 분석의 시작점이다
부채비율은 계산이 간단하고 기업의 부채와 자본 관계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부채비율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위험한 기업, 낮다는 이유만으로 안전한 기업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먼저 부채가 매입채무인지 차입금인지 살펴봐야 한다. 차입금이라면 단기와 장기의 구성을 확인하고, 자금이 어디에 사용됐는지도 알아볼 필요가 있다.
부채비율 자체가 크게 변했다면 부채 증가 때문인지 자본 감소 때문인지도 구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현금을 어떻게 만들어내고 있는지까지 연결해서 살펴보면 부채의 의미를 조금 더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결국 기본적 분석에서 중요한 것은 하나의 비율을 기준으로 기업에 점수를 매기는 것이 아니다.
숫자의 변화를 발견하고 그 숫자가 왜 변했는지를 찾아가는 과정이 핵심이다.
재무상태표를 통해 자산과 부채의 구조를 살펴봤다면 다음으로 확인할 자료는 현금흐름표다. 기업이 이익을 기록하고 있는데도 현금이 부족할 수 있는 이유를 이해하면 손익계산서와 재무상태표의 숫자를 서로 연결해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FAQ
Q1. 부채비율은 낮을수록 좋은가?
부채비율이 낮으면 자본 대비 부채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지만, 낮다는 이유만으로 기업 전체를 좋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기업의 업종과 사업 구조, 부채의 종류, 현금흐름 등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Q2. 차입금과 매입채무는 무엇이 다른가?
차입금은 금융기관 등 외부에서 자금을 빌리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채다. 매입채무는 원재료나 상품 등을 구입하고 대금을 아직 지급하지 않은 경우 등 정상적인 영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다. 둘 다 부채에 포함되지만 발생 배경과 성격에는 차이가 있다.
Q3. 부채비율이 갑자기 상승하면 무엇부터 확인해야 할까?
부채비율은 부채총계를 자본총계로 나누어 계산하므로 먼저 부채가 증가했는지, 자본이 감소했는지를 구분해서 확인하는 것이 좋다. 이후 어떤 부채 항목이 변했는지, 차입금이 증가했다면 자금이 어디에 사용됐는지 등을 사업보고서와 재무제표 주석에서 살펴볼 수 있다.
※ 이 글은 기본적 분석과 재무제표에 관한 일반적인 개념을 설명하기 위한 정보성 콘텐츠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 또는 매도를 권유하는 내용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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