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 제대로 이해하기 — 낮은 PER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닌 이유
주식의 기본적 분석을 공부하기 시작하면 비교적 빠르게 만나게 되는 지표가 PER이다. 기업 정보 화면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고 숫자 하나로 표시되기 때문에 다른 재무제표보다 이해하기 간단해 보인다.
특히 “PER이 낮으면 저평가, 높으면 고평가”라는 설명을 접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 기업의 숫자를 살펴보면 이렇게 단순한 기준으로 해석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PER이 낮아진 이유가 주가 하락 때문일 수도 있지만 기업의 이익이 일시적으로 크게 증가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반대로 높은 PER에는 현재 이익이 작다는 사실과 시장에서 미래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는 상황 등이 함께 반영될 수 있다.
결국 PER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숫자의 높고 낮음보다 PER의 분모에 들어가는 기업의 이익이 어떤 성격인지 먼저 이해해야 한다.
PER은 주가가 EPS의 몇 배인지 보여주는 지표다
PER은 Price Earnings Ratio의 약자로 일반적으로 주가수익비율이라고 부른다.
기본적인 계산식은 다음과 같다.
PER = 주가 ÷ 주당순이익(EPS)
앞서 살펴본 EPS가 기업의 이익을 주식 한 주를 기준으로 환산한 지표였다면 PER은 현재 주가가 그 주당이익의 몇 배 수준인지 보여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A기업의 주가가 20,000원이고 EPS가 2,000원이라고 가정해 보자.
PER은 다음과 같다.
20,000원 ÷ 2,000원 = 10배
같은 방식으로 주가가 20,000원인데 EPS가 1,000원이라면 PER은 20배가 된다.
공식 자체는 간단하다.
하지만 실제 기업 분석에서는 계산보다 해석이 훨씬 중요하다.
PER은 주가와 이익이라는 두 숫자의 관계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어느 한쪽이 변해도 PER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PER이 낮아지는 이유부터 구분해 보자
어떤 기업의 PER이 지난해 15배에서 올해 8배로 낮아졌다고 가정해 보자.
숫자만 보면 이전보다 저평가된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PER 공식을 다시 생각해 보면 최소한 두 방향을 확인해야 한다.
첫 번째는 주가의 변화다.
EPS가 그대로인데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 PER은 낮아진다.
두 번째는 EPS의 변화다.
주가가 그대로여도 기업의 EPS가 크게 증가하면 PER은 낮아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주가가 20,000원인 기업의 EPS가 1,000원이라면 PER은 20배다.
그런데 다음 해 주가는 그대로인데 EPS가 2,000원으로 증가했다면 PER은 10배가 된다.
PER이 절반으로 낮아졌지만 주가가 하락한 것은 아니다. 이익이 증가하면서 PER이 낮아진 것이다.
따라서 PER의 변화를 발견했다면 단순히 숫자만 비교하기보다 주가와 EPS 중 무엇이 변화를 만들었는지 확인하는 것이 첫 번째 단계다.
낮은 PER이 항상 저평가를 의미하지 않는 이유
낮은 PER을 발견했을 때 가장 주의해야 할 부분은 현재의 이익이 앞으로도 반복될 수 있는지 여부다.
가상의 B기업을 생각해 보자.
B기업은 평소 100억 원 안팎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는데 특정 연도에 보유 자산을 처분하면서 큰 이익이 발생해 당기순이익이 300억 원으로 증가했다고 가정한다.
다른 조건이 같다면 EPS도 크게 증가할 수 있다.
EPS가 증가하면 PER은 낮아질 수 있다.
숫자만 보면 갑자기 PER이 낮아져 저평가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해당 이익 중 상당 부분이 일회성 요인이라면 다음 기간에도 같은 이익이 반복된다고 가정하기 어렵다.
그래서 PER을 볼 때는 손익계산서로 다시 돌아갈 필요가 있다.
매출과 영업이익도 함께 증가했는지, 당기순이익만 유난히 증가했는지, 영업외손익에 큰 변화가 있었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낮은 PER을 발견했다면 “왜 이 기업의 PER이 낮은가?”를 먼저 질문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이익이 정점에 있을 때 PER이 낮아 보일 수도 있다
기업의 이익은 항상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특히 업황이나 제품 가격, 원재료 가격 등의 영향을 크게 받는 사업에서는 이익이 특정 시기에 크게 증가했다가 다시 감소하는 경우가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느 기업의 EPS가 다음과 같이 변했다고 가정해 보자.
- 첫해: 1,000원
- 둘째 해: 2,000원
- 셋째 해: 4,000원
현재 주가를 20,000원이라고 단순하게 가정하면 셋째 해의 PER은 5배다.
상당히 낮아 보인다.
하지만 4,000원의 EPS가 장기간 유지될 수 있는 수준인지, 특정한 사업 환경 덕분에 일시적으로 높아진 것인지에 따라 이 숫자의 의미는 달라진다.
만약 이후 사업 환경이 달라지면서 EPS가 다시 1,000원으로 감소한다면 동일한 주가를 가정했을 때 PER은 20배가 된다.
따라서 기업의 이익 변동성이 큰 경우에는 한 해의 PER만 보는 것보다 여러 해의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 흐름을 함께 확인하는 방법이 중요하다.
PER이 높은 기업도 이유를 확인해야 한다
낮은 PER만 조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PER이 높다고 해서 무조건 주가가 비싸다고 단정하는 것도 어렵다.
예를 들어 현재 이익은 작지만 새로운 사업이나 생산설비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서 향후 실적이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시장에 반영될 수도 있다.
사업의 성장성이 높다고 평가받는 기업이 상대적으로 높은 PER에서 거래되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기업의 이익이 일시적으로 크게 감소하면 주가가 그대로여도 PER이 높아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주가가 20,000원인 기업의 EPS가 2,000원에서 500원으로 감소하면 PER은 10배에서 40배로 상승한다.
이 경우 PER이 높아진 원인은 주가 상승이 아니라 이익 감소다.
따라서 높은 PER 역시 먼저 다음과 같이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주가가 상승해서 PER이 높아졌는가?”
“EPS가 감소해서 PER이 높아졌는가?”
“현재 이익과 미래에 대한 시장의 기대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가?”
이런 질문을 통해 PER을 하나의 평가 점수가 아니라 기업을 더 깊이 살펴보기 위한 출발점으로 사용할 수 있다.
적자 기업에서는 PER 해석이 어려워진다
PER을 사용할 때 알아둬야 할 또 하나의 특징은 이익이 적자인 기업이다.
PER은 주가를 EPS로 나누어 계산한다.
그런데 기업이 순손실을 기록해 EPS가 음수가 되면 일반적인 PER의 의미로 해석하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금융정보 사이트에서 적자 기업의 PER이 표시되지 않거나 별도의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이런 기업을 억지로 PER만 이용해 다른 흑자 기업과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대신 왜 적자가 발생했는지부터 살펴봐야 한다.
매출이 감소한 것인지, 원가 부담이 증가한 것인지, 대규모 연구개발이나 사업 확장 비용이 발생한 것인지, 영업외손실의 영향이 컸는지 확인할 수 있다.
PER은 이익을 기반으로 하는 지표이므로 이익 자체가 안정적으로 존재하지 않을 때는 지표의 활용에도 한계가 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서로 다른 업종의 PER을 단순 비교하면 안 되는 이유
A기업의 PER은 8배이고 B기업은 20배라고 가정해 보자.
이 숫자만 보면 A기업이 더 저렴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두 회사가 전혀 다른 사업을 하고 있다면 단순 비교의 의미가 제한적이다.
기업마다 성장 속도와 수익 구조, 필요한 자산, 사업의 안정성, 경기 변화에 대한 민감도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성숙한 사업을 운영하면서 실적 변화가 비교적 제한적인 기업과 빠른 성장이 기대되는 기업이 시장에서 같은 PER을 적용받아야 한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따라서 PER을 비교하고 싶다면 먼저 같은 기업의 과거 PER 변화를 살펴보거나 사업 구조가 비교적 유사한 기업끼리 비교하는 편이 이해하기 쉽다.
그 경우에도 “업종 평균보다 낮다”는 사실에서 분석을 끝내지 말고 왜 차이가 발생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기업의 성장률이나 수익성, 재무구조 등에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PER과 예상 PER은 구분해서 보자
기업 정보를 찾아보다 보면 PER이 하나만 표시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과거에 확정된 실적을 기반으로 계산한 PER이 있는가 하면 향후 예상 이익을 이용한 선행 PER 또는 예상 PER이 제공되기도 한다.
둘은 분모에 사용하는 EPS의 시점이 다르다.
과거 실적을 이용한 PER은 이미 발표된 이익을 기반으로 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미래의 실적 변화를 직접 반영하지 못한다.
예상 PER은 미래 실적 전망을 반영할 수 있지만 예상 EPS 자체가 추정치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실제 실적은 예상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사이트에서 PER 10배라는 숫자를 확인했다면 어느 기간의 EPS를 사용한 PER인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같은 기업인데 사이트마다 PER이 다르게 나타나는 이유 중 하나도 이러한 계산 기준의 차이에서 찾을 수 있다.
실제 기업의 PER을 볼 때 확인하는 순서
기업의 PER을 분석할 때는 숫자 하나를 확인하고 끝내기보다 다음과 같은 순서로 살펴볼 수 있다.
- 현재 표시된 PER과 계산 기준을 확인한다.
- 최근 몇 년의 EPS 흐름을 살펴본다.
- EPS가 크게 증가하거나 감소한 시기를 찾는다.
- 같은 기간 매출액과 영업이익의 변화를 확인한다.
- 당기순이익에 큰 영업외손익이나 일회성 요인이 있었는지 살펴본다.
- 주식 수에 큰 변화가 있었는지 확인한다.
- 기업의 과거 PER과 비교한다.
- 필요한 경우 사업 구조가 유사한 기업의 PER과 비교한다.
- 예상 PER이라면 예상 EPS의 변화 가능성도 고려한다.
이런 방식으로 접근하면 PER이 낮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기업을 평가하는 실수를 줄일 수 있다.
특히 앞서 공부한 손익계산서와 EPS를 이해하고 있다면 PER이라는 숫자가 어디에서 만들어졌는지 추적하는 것이 훨씬 쉬워진다.
PER은 기업의 가치를 알려주는 정답지가 아니다
PER은 주가와 기업의 이익을 연결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한 지표다.
하지만 낮은 PER은 반드시 저평가를 의미하지 않으며 높은 PER도 반드시 고평가를 의미하지 않는다.
낮은 PER 뒤에는 일시적으로 높은 이익이 있을 수 있고, 높은 PER 뒤에는 이익 감소나 미래 성장에 대한 시장의 기대 등 여러 요인이 존재할 수 있다.
그래서 PER을 볼 때는 숫자의 높고 낮음보다 EPS가 어떤 이익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으며 그 이익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함께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PER은 기업의 적정 주가를 자동으로 계산해 주는 정답지가 아니라 현재 주가와 이익 사이의 관계를 보여주는 하나의 도구다.
PER을 제대로 이해했다면 다음에는 주가를 기업의 순자산과 비교하는 PBR을 살펴볼 차례다. PBR 역시 낮다는 이유만으로 기업이 저평가됐다고 판단하기 어려운데, 그 이유를 이해하려면 앞서 살펴본 BPS와 재무상태표의 자산 구성을 다시 연결해서 볼 필요가 있다.
FAQ
Q1. PER이 낮으면 저평가된 주식인가?
PER이 낮다는 사실만으로 저평가라고 단정할 수 없다. 일회성 이익으로 EPS가 크게 증가했거나 현재 이익이 일시적으로 높은 시점일 수도 있다. PER이 낮은 이유와 기업의 이익 흐름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Q2. 적자 기업은 왜 PER이 표시되지 않는 경우가 있나?
PER은 주가를 EPS로 나누어 계산하는데 순손실로 EPS가 음수인 경우 일반적인 PER과 같은 방식으로 해석하기 어렵다. 이 경우에는 적자가 발생한 원인과 다른 재무정보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Q3. 같은 기업인데 사이트마다 PER이 다른 이유는 무엇인가?
사용하는 EPS의 기간과 기준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확정 실적을 사용하는지 예상 EPS를 사용하는지, 연결 기준인지 별도 기준인지 등에 따라 PER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 비교할 때는 계산 기준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다.
※ 이 글은 기본적 분석과 재무제표에 관한 일반적인 개념을 설명하기 위한 정보성 콘텐츠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 또는 매도를 권유하는 내용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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